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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계이야기

<시계이야기> 아 랑에 운트 죄네 A. Lange & Söh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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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스위스의 리치몬드 그룹 산하의 독일 최고의 하이엔드 명품 시계 브랜드로, 거의 유일하게 하이엔드 명품 시계 브랜드들 가운데 스위스 국적이 아닌 브랜드이다.

일년 생산량이 5000~7000개로, 5만개 가량 생산하는 파텍필립 이나 3만개 이상 생산하는바쉐론 콘스탄틴, 오데마피게 ,브레게 등에 비해서는 생산량이 매우 적은 편이다.

브랜드의 이름은 '아돌프 랑에와 아들들'이라는 의미. 시계회사 중 상당수가 창업자나 투자한 사람의 이름을 브랜드로 사용하고 있다.왜냐하면 보통 창업자가 그 시계 브랜드의 장인이기 때문인데, 퀄리티가 중요한 제품에 본인 이름을 건 브랜드를 만드는 일은 제조업자 사이에서는 흔한 일이었다. 당장 저 위의 보메&메르시에, 예거 르쿨트르 등 다른 시계사들도 창업자의 이름으로 지은 것이다. 한국에서도 도자기 밑에 장인의 도장을 찍는다든지 하는 비슷한 경우가 있다.

브랜드명 아래에 적혀있는 "Glashutte I/SA"는 "삭소니 지역의 글라스휘테(Glashutte in Saxony)"라는 뜻으로 우리나라로 따지면 "경기도 성남" 같은 느낌이다

 

국내 정식 매장으로는

겔러리아백화점 명품관

롯데백화점 부산본점

신세계백화점 강남 & 본점에 위치하고 있다.

독일 시계의 정수라 할 수 있으며 도제식으로 시계 제작 기술을 전수하고 있다. 특이하게도 랑에가 생산하는 모든 시계는 한번 조립이 완료 된 뒤 작동테스트 후 분해하여 재 조립하는 두 단계의 조립 공정을 거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전 모델 자사 무브먼트 사용은 물론, 밸런스 스프링까지 직접 생산하는 극소수의 브랜드 중 하나다.

고급 시계 업계는 잘 알려진 대로 스위스가 주도하는데, 차별점을 두기위해 디자인이나 무브먼트를 특색있는 방식으로 제작 한다. 스위스 무브먼트가 놋쇠를 주로 쓰는 반면 랑에는 독일은(銀)을 쓴다. 또한 무브먼트를 제외한 모든 금속 부분에 금을 사용한다. 버클에도 예외가 아니기 때문에, 작은 핀버클도 200만원 이상의 가치를 지니며 디버클로 바꾸면 통짜 금 덕분에 약 400만원이 넘게 나간다(...). 당연히 베젤을 비롯한 시계 케이스도 전부 금이며, 오토매틱 시계의 로터 또한 금을 사용하고 끝부분은 플래티넘 마감을 한다.

매우 절제되고 비율을 중시하는 독일식 디자인으로도 유명하며, 일례로 한 국내 시계 유튜버는 랑에의 1815 모델을 리뷰하면서 시침, 분침, 브랜드명과 인덱스가 끝인, 초침조차 없는 간단한 모델인데도 실물을 처음 본 순간 그 심미성에 충격을 받았으며 지금까지 본 가장 아름다운 시계라고 평가할 정도로 심플한 디자인에 오로지 피니싱으로만 승부를 보는 랑에의 특징을 잘 설명한 바 있다. 다른 모델인 삭소니아 씬의 경우 4천만원이 넘으면서도 기능은 시, 분 표시 뿐인 초고가의 시계임에도 불구하고 독일 특유의 심플하면서도 대칭적인 디자인과 무브먼트의 마감만으로 이정도 수준의 시계에 이 가격은 혜자라는 후한 평가를 받기도 했다.

AHCI(독립시계제작자) 중 가장 유명한 필립 뒤포르가 신품으로 다토그래프를 구입한게 화제가 되기도 했다. 뒤포르는 인터뷰에서 랑에의 무브먼트 피니싱이 심미적인 측면에서 아주 뛰어나며, 랑에의 피니싱에는 영혼이 깃들어 있다는 극찬을 했다. 직접적인 대답을 회피했지만 자신의 시계인 심플리시티와 피니싱을 비교하는 인터뷰 질문을 인정하는 듯한 뉘앙스로 지나갔다.

전 모델에 자사 무브먼트를 사용하며, 하이엔드 시계가 하이엔드의 위치를 가지게 해주는 가장 중요한 요소인 무브먼트의 심미성과 가공 수준이 매우 뛰어나다. 이러한 높은 완성도를 보여주기 때문에 가격은 하이엔드 중에서도 매우 사악한 편으로, 개당 평균 판매가가 5대 하이엔드라는 파텍필립, 오데마 피게, 바쉐론 콘스탄틴, 브레게 중에서 가장 높다.

이러한 높은 가격에 걸맞게 5대 하이엔드 중 가격 대비 가치가 가장 높다고 평가받는 의견이 많은데, 이는 엔트리부터 최상위 모델까지 모든 시계의 마감을 같은 수준으로 하는 랑에만의 특징 덕분이다. 파텍 필립이나 바쉐론 콘스탄틴같은 브랜드도 라인업의 가격이 낮아질수록 기능 외에도 무브먼트 마감의 종류를 줄이거나 공을 덜 들이는건 매우 흔한 일인데, 랑에는 엔트리급 작소니아부터 수억원이 넘는 다토그래프 트리플 스플릿같은 모델까지 마감의 수준이 같다. 최상급이 엔트리와 같은 수준이라면 나쁜거 아니냐고 할 수 있지만, 이는 모든 시계에 모든 종류의 피니싱이 최고 수준으로 들어간다는 것으로 나쁜 뜻은 아니다. 그리고 마감의 수준이 같더라도 상급으로 갈수록 부품의 개수와 기능이 늘어나기 때문에 확실히 더 고급이라는 느낌은 있다. 당장 엔트리급인 작소니아의 베이스 모델들에도 앵글라주, 미러 폴리싱, 블루 스크류, 골드 샤통, 핸드 인그레이빙 같은 최상급 시계에서나 볼 법한 피니싱이 모두 들어간다.

단점으로는 지나치게 굵은 두께가 자주 지적된다. 컴플 모델 뿐만 아니라 타임온리 모델들 조차 타사의 드레스 워치에 비해 상당한 두께를 자랑하는 편이다. 이는 직선적인 디자인 코드와 맞물려 파텍 필립 등의 곡선이 많은 스위스 시계들과 차별점이 되는 남성적인 느낌을 주는 편이다.

여타 하이엔드 브랜드들이 그러듯이 독특한 시도를 많이 하는 편인데, 바쉐론이나 파텍 필립처럼 수십가지의 기능이 들어간 시계보단 기능은 적지만 매커니즘 자체가 특이한 시계같은 유니크한 시도를 자주 하는 편이다. 그 예시로는 시계 뒷면에 자전하는 지구의 북반구와 공전하는 달을 넣은 테라루나, 반투명 다이얼에 시계 내부에 야광 소재를 사용한 루멘 시리즈, 디지털 방식으로 시간을 표시하는 자이트베르크, 외력 없이 시계 내부의 자체 동력으로 구동되는 미닛리피터, 31일의 파워 리저브를 가진 랑에 31, 최초이자 유일한 트리플 스플릿 등이 있다.

위에 언급된 트리플 스플릿의 경우 SIHH에 전시할 목적으로 원본보다 무려 50배나 큰 모형을 제작했는데, 대부분 이런 제품을 제작하면 가공이 쉬운 소재를 써서 단순한 목업만 만들지만, 매우 간단하게 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똘끼 넘치는 장인정신 브랜드 아니랄까봐 온통 금속을 사용하고 가공까지 수제로 해가며 9개월에 걸쳐 제작했는데 그 과정이 다음과 같다.

결과물은 원본보다 크기는 50배, 부피는 125,000배나 큰 시계로, 이정도 스케일에서는 무게가 상당히 문제가 되기 때문에 알루미늄 절삭 가공으로 최대한 무게를 줄인 뒤, 랑에 무브먼트의 소재인 니켈은을 모서리까지 코팅해서 동일한 재질을 연출했으며 원본은 총 567개의 부품으로 이루어져 있지만 해당 시계를 제작할 땐 약 300개의 부품은 똑같이 만들고, 그 외는 여러 조각으로 나눠서 만들었기 때문에 총 부품의 개수는 약 1,000개에 달한다. 시계의 마감법 중 하나인 블루 스크류의 경우, 일반적으로 시계에 들어가는 사이즈의 부품은 특수 화로에서 일정한 시간 동안 동일한 열을 가해서 파란색을 나타낼 수 있지만 저 크기의 부품은 고르게 열을 가하는 것이 불가능한데, 이마저도 단순히 페인트를 입히는 대신 아노다이징 기법을 사용해 스프레이 없이 화학적 반응으로 성공시켜냈다. 심지어 저가 시계에도 흔히 쓰이는 기법인 페를라주조차 이정도 스케일에선 얘기가 달라지기 때문에 전용 그라인더를 제작한 뒤 드릴에 장착해서 무브먼트를 마감했으며, 모든 부품의 제작을 끝낸 뒤에는 랑에 특유의 선조립 후 마감을 마친 뒤 재조립하는 과정까지 똑같이 재현했다. 단순한 비용적인 측면에서 보면 시간과 예산이 엄청나게 소요되는 낭비이지만, 랑에의 시계가 어떤마음가짐 으로 제작되는지를 보여주는, 즉 하이엔드 시계의 아이덴티티 그 자체를 상징하는 작품이라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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